진행성 핵상안근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는 뇌의 여러 부위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1960년대에 Steele, Richardson, Olszewski에 의해 처음 보고되어 '스틸-리차드슨-올스제위스키 증후군'으로도 불립니다.
이 질환은 주로 중뇌, 기저핵, 소뇌, 대뇌피질 등 뇌의 중요한 움직임 조절 영역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이로 인해 보행 장애, 안구운동 마비, 인지 및 성격 변화 등의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주요 증상
초기에는 단순한 균형 장애, 말 느림, 쉽게 넘어짐 등의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동반됩니다.
- 눈 움직임 장애: 특히 수직 방향으로 눈을 움직이기 어려워짐
- 보행 이상: 몸 중심을 바로잡기 어려워 자주 넘어짐
- 구음장애 및 삼킴장애: 말이 어눌해지고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짐
- 인지 및 성격 변화: 기억력 저하, 감정 무감동, 충동 조절 문제 등
- 전신 근육 경직: 점점 뻣뻣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짐
가장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는 눈의 상하운동이 제한되는 수직안구마비(supranuclear gaze palsy)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질병이 시작되고 3~4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병 원인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이 뇌세포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신경세포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타우 단백은 원래 신경세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질환에서는 병적으로 변형되어 뉴런 내부에 쌓이게 됩니다.
또한 유전적 요소도 일부 밝혀졌는데, MAPT 유전자(H1 일배체형)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만으로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진단 방법
PSP는 특정한 혈액검사나 유전자검사로 바로 진단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주로 환자의 증상과 병력, 신경학적 검사, 영상검사(MRI 등)를 종합하여 진단하게 됩니다.
- MRI: 중뇌의 위축 소견 ("허니콤 사인" 또는 "헬멧 모양")이 진단에 도움이 됨
- 신경학적 평가: 보행, 안구운동, 언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
- PET, SPECT: 뇌 기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
하지만 초기에는 다른 파킨슨증후군, 알츠하이머, 다계통위축증 등과 감별이 어려워 오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확진은 사망 후 뇌조직 분석을 통해 가능하나, 현재로선 임상 진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 방법
안타깝게도 PSP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치료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 L-도파 제제: 초기에는 일부 경직 증상에 효과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에게 효과가 제한적임
-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 기분장애, 감정 기복 조절을 위해 사용
- GABA 작용 약물: 근육 경직을 완화시키는 데 일부 효과
- 물리치료 및 작업치료: 보행, 균형, 일상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
특히 낙상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삼킴 장애 예방을 위한 식이 조절 및 재활치료, 눈꺼풀 경련을 완화하기 위한 보톡스 치료 등이 보조적으로 사용됩니다.
예후 및 생존 기간
PSP는 진행이 빠른 질환으로 평균적으로 진단 후 6~9년 사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주요 사망 원인은 폐렴 또는 장기 감염이며, 이는 운동 기능 저하와 연하 장애 등으로 인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일상생활에 큰 제한을 받을 수 있으며 보행 보조기구, 휠체어, 인지기능 저하에 따른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맺음말
진행성 핵상안근마비(PSP)는 단순한 노화나 파킨슨병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질환입니다. 조기에 증상을 인지하고,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질환은 희귀질환으로 산정특례(V190)에 해당되어 의료비 지원도 가능하니,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도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