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뒤-오슬러-웨버병(Rendu-Osler-Weber Disease)은 유전성 출혈성 혈관확장증(HHT, Hereditary Hemorrhagic Telangiectasia)으로 불리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피부와 점막의 혈관확장증, 반복되는 코피, 내부 장기(폐, 간, 뇌, 위장관 등)에 발생하는 동정맥루(arteriovenous malformation, AVM)가 주요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도 산정특례(V235) 희귀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요 증상 – 반복되는 코피와 내부 장기의 혈관 기형
랑뒤-오슬러-웨버병은 소아기부터 반복되는 자발적인 코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피부와 점막에 붉은색 혈관 확장 병변이 나타납니다. 특히 얼굴, 손끝, 입술, 혀 등에서 관찰됩니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빈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장기의 동정맥루로, 폐, 뇌, 간, 위장관 등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동정맥루는 뇌졸중, 뇌농양, 만성 저산소증, 일과성 허혈발작(TIA)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임신 중에는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뇌의 동정맥루는 출혈 또는 신경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간의 동정맥루는 고출량 심부전, 간문맥고혈압, 허혈성 담낭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위장관 출혈은 만성적인 빈혈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적인 내시경 및 출혈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원인 – ENG, ACVRL1, SMAD4 유전자 돌연변이
이 질환은 주로 ENG(endoglin)과 ACVRL1(ALK1) 유전자의 병적 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이들 유전자는 혈관 신생과 모세혈관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SMAD4 유전자는 드물게 관련되며, 이 경우 대장 용종증 및 대동맥 질환과의 연관성도 있습니다. ENG 유전자 돌연변이는 HHT1, ACVRL1은 HHT2로 분류되며, HHT1은 폐·뇌에, HHT2는 간에 동정맥루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전자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환자의 직계가족 중 동일 질환 이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 진단이 권고됩니다.
진단과 치료 – Curaçao 기준과 다학제적 접근
진단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Curaçao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며, 다음 네 가지 중 세 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임상적으로 확진할 수 있습니다. 1. 반복되는 자발성 코피 2. 피부 또는 점막의 혈관확장증 3. 내부 장기의 동정맥루 4. 직계 가족의 유전성 출혈성 혈관확장증 병력 이 기준을 바탕으로 의심 환자에게는 분자유전학적 검사로 ENG, ACVRL1, SMAD4 돌연변이를 확인하며, 가족 내 병력 확인도 중요합니다. 치료는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예방에 초점을 둡니다. - 코피 관리: 국소지혈, 점막 소작술, 항혈관형성 치료제, 수술적 지혈 - 빈혈 교정: 철분 보충제, 수혈 - 내부 동정맥루 치료: - 폐 동정맥루는 조기 발견 후 색전술로 폐색 - 간 침범 시 고출량 심부전 및 담낭염에 대한 내과적·중재적 치료 - 뇌 AVM은 출혈 예방을 위한 방사선수술 혹은 절제술 - 위장관 출혈은 내시경적 지혈 또는 약물치료 특히 폐의 동정맥루는 조기 치료 시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선제적인 선별 검사와 주기적 추적관찰이 권장됩니다. 여성 환자 중 임신 예정인 경우 폐동정맥루 평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SMAD4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는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과 대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다기관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랑뒤-오슬러-웨버병은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만으로도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폐동정맥루의 적절한 치료는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HHT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인 유전자 검사와 영상 검사가 권장됩니다. 이 질환은 산정특례코드 V235에 해당되어 의료비 지원도 가능하므로, 희귀질환 등록 및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