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심병(Multicore Disease, Multiminicore Disease, MmD)은 선천성 근육질환 중 하나로, 근섬유 내에 작은 병변(core)이 여러 개 존재하는 병리학적 특징을 보입니다. 주요 원인은 SEPN1 및 RYR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흔하지 않은 희귀 질환으로, 정확한 유병률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증상이 다양하고 진단과 치료에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다양한 임상 아형과 주요 증상
다발심병은 일반적으로 영아기나 유년기에 근긴장 저하와 근육 위약 증상을 보이며, 주로 축성(axial) 근육과 근위부 근육의 약화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전형적 아형(Classic MmD)은 전체 환자의 약 75%를 차지하며, 근긴장 저하, 운동 발달 지연, 척추측만, 호흡장애가 주요 특징입니다. 반면 중등도형은 손의 원위부 근육 약화와 관절 이완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척추 이상이나 호흡 문제는 덜 두드러집니다. 선천성 관절구축을 동반한 아형은 출생 전부터 태동 감소가 관찰되며, 출생 시부터 다발성 관절구축과 안면 및 체형의 특이적 기형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가장 드물게 나타나는 안근육형은 신생아기부터 심한 저 긴장과 축성 근육 위약, 외안근 마비로 인한 안구 운동 제한(특히 상방주시와 외측주시)이 나타납니다. 이들 증상은 개별 환자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며, 일부 환자는 심한 장애 또는 심부전, 호흡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유전적 원인 – SEPN1과 RYR1 유전자의 역할
다발심병은 유전적 이질성(genetic heterogeneity)을 보이는 질환으로, 여러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 됩니다. 특히 SEPN1과 RYR1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전체 환자의 약 50% 이상에서 확인되며, 이 두 유전자는 칼슘 항상성 유지와 세포 내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SEPN1은 세포질내망에서 발현되는 당단백을 암호화하며, 항산화 방어체계 및 근육 내 대사과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유전자의 결함은 칼슘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이어져 근육 세포의 기능 저하를 유발합니다. RYR1 유전자 또한 칼슘 채널 단백질을 암호화하며, 근수축 과정에서 칼슘 분비에 관여합니다.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근육의 수축 기능이 저하되고, 그 결과 근섬유 내 병변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유전적 이상은 대부분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되며, 가족력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 상담이 매우 중요하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선별 검사도 고려됩니다.
진단과 치료 – 조기 대응이 중요한 희귀질환
다발심병은 진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주요 증상(축성 근육 약화, 척추측만, 외안근 마비,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경우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근육 생검을 통해 근섬유 내 다수의 병변(minicore)을 확인하며, 분자유전학적 검사를 통해 SEPN1 또는 RYR1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합니다.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대부분 증상에 대한 보조적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통해 운동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척추 변형이나 관절 구축이 진행되지 않도록 조기 개입이 필요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정형외과적 수술이 시행되며, 척추측만에 대한 보조기 착용도 고려됩니다. 호흡곤란이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재활치료와 호흡기 보조가 필요하며, 경구섭취가 어려울 경우 영양관을 통한 식이조절도 병행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부전이 주요 사망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의료적 관찰이 예후 개선에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이 질환은 국내에서 희귀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산정특례코드 V012로 지정되어 있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발심병은 예후가 환자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발심병은 희귀하지만 조기에 진단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경우, 비교적 양호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가족력 여부와 관계없이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정밀 검사를 통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