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색혈전혈관염(Thromboangiitis Obliterans), 흔히 ‘버거병(Buerger's disease)’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중소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막히면서 혈류가 차단되어 통증, 궤양, 심할 경우 조직 괴사로까지 이어지는 희귀 혈관염 질환입니다. 주로 손발 말단에서 시작하여 점차 위로 진행되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단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 – 파행, 레이노 현상, 통증
버거병은 주로 젊은 남성 흡연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40세 이전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걸을 때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발가락 끝이 저리고 통증이 느껴지는 파행증(claudication)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휴식 중에도 통증이 생기며, 특히 밤에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레이노 현상(Raynaud’s phenomenon)이라고 하여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창백해졌다가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따뜻해지면 붉어지는 증상도 자주 나타납니다. 드물게 피부 표면 정맥이 붓고 통증이 나타나는 표재성 혈전정맥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질환이 악화되면 궤양, 괴사, 손발가락의 감각 소실 등으로 이어지며, 일부 환자에서는 신경계 이상이나 복부 혈관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어 전신 증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원인 – 흡연과 강한 연관성
버거병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명확하게 입증되어 있습니다. 흡연은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말초혈관의 수축과 혈전 생성을 촉진합니다. 흡연을 지속할 경우 질환의 진행과 절단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이 질환은 중동 및 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특히 한국, 일본, 인도 등에서는 전체 말초혈관질환 환자의 15~60%를 차지합니다. 최근에는 여성 흡연자의 증가로 인해 여성 발병률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흡연 외에도 유전적 소인, 면역반응, 혈관 내피세포 이상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유전자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진단과 치료 – 금연이 핵심, 절단까지 예방해야
버거병의 진단은 환자의 흡연력, 증상, 혈관조영술이나 혈관초음파, CT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말단 동맥 폐쇄와 꽈배기 모양의 옆가지 혈관이 전형적인 소견입니다. 감별 진단이 중요한 만큼, 죽상동맥경화증, 자가면역질환, 혈전색전증 등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치료의 핵심은 절대 금연입니다. 모든 담배 제품(씹는담배, 니코틴 패치 포함)은 피해야 하며, 금연 시 절단 위험이 6% 이하로 줄어드는 반면, 지속 흡연 시 40% 이상에서 절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보존적 치료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사용됩니다: - 약물치료: 프로스타글란딘 유도체, 칼슘 길항제, 항혈전제, 소염제, 진통제, 필요시 항생제 - 수술적 치료: - 혈관 우회술 (혈류 재개 목적) - 교감신경 차단술 (미세혈관 확장 유도, 최근엔 잘 사용되지 않음) - 절단술 (괴사나 감염으로 인해 불가피할 경우) 또한 최근에는 자가 골수 유래 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혈관 신생 요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혈관 재형성이 확인되며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버거병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입니다. 흡연자 중 일부에서만 발생하긴 하지만, 한번 발병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금연을 통한 적극적 관리가 필수입니다. 현재 이 질환은 산정특례코드 V129로 등록되어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며, 전문의 상담 및 지속적인 추적 진료가 필요합니다.